My favorite things ♩

쓰는 기쁨✍️

강봄봄 2024. 11. 7. 18:57

글쓰기가 좋다.

정지우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중에서

나는 뭔가를 쓰면서 복잡한 마음을 풀어내는 사람이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머릿속을 끊임없이 부유하는 생각을 눈에 보이는 활자로 옮겨 써내려 나면 속이 후련해지곤 했다.

그 감정은 다른 어떤 활동으로도 대체되지 않았다.
글쓰기. 오로지 글쓰기만이 주는 후련함이 있다.
그래서 계속 써왔고, 쓰고 있고, 앞으로도 써나갈 거다.

털어놓기 어려운 마음이 잔뜩 엉켜있던 지난 날, 내 곁엔 늘 노트 한 권이 있었다.
누군가 볼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접어두고 떠오르는 대로 썼다.
기승전결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와랄라라 쏟아내고 나면 한결 가벼워졌다.

꽁꽁 싸매어두고 혼자만 보던 내 지난 날의 기록들!
최초공개합니다!! 두둥!!

초등학생 시절, 서랍 구석에 숨겨뒀던 누가 봐도 비밀 일기장ㅋㅋㅋ 너무 손대고 싶게 생긴 거 아니냐고ㅋㅋ
또박또박 힘 줘서 쓴 데서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노트에 쓴 글은 3-4개 정도.학교 숙제로 매일 일기 썼지만 도저히 선생님께 내보일 수 없던 분노는 여기 쏟아냈던 기억이 난다.
나의 나만을 위한 글쓰기는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계속 이어졌다. 이때도 좋아하는 것 쓰기 했고만ㅎㅎ

열심히 살아보자!! 아자아자!!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나만을 위한 글쓰기는 계속 이어졌다. 좋아하는 목록을 이때도 썼네😉 지금이나 이때나 별 차이가 없다ㅎㅎ

스무살부터 기록한 일기장, 다이어리, 플래너 기타 등등
강의실, 도서관, 회사에서의 순간들이 담겨있는 노트

수많은 이사와 짐 정리에서도 살아남은 소중한 기록들. 하나하나 열어보다가 추억 여행 제대로 했다:)
차마 공유하기 힘든 매우 사적인 내용들이 흘러넘치는 내 20대 날 것의 기록들ㅎ
차곡차곡 쌓인 글쓰기들이 외롭고 지치고 힘겨웠던 지난 어린 날들을 버티게 해줬다.

간간히 이어지던 글쓰기는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잠시 정체기를 겪었다.

맘스다이어리

그래도 단 몇 줄의 기록이라도 남길 수 있었던 건 맘스다이어리 덕분이다. 지인이 소개해주셔서 쓰게 된 맘스다이어리는 첫째 주훈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다.

첫번째 맘스다이어리

100일 동안 매일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면 100페이지 분량의 맘스다이어리 한 권을 무료로 출판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 하루라도 거르면 쿠폰 발급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점 하나라도 찍어두고 저장한다^^;
마음이 어려운 시기가 오면 점만 찍어둔 일기가 밀리는데 참 신기하다. 최장기간 두 달도 밀려봤다.
이것도 벌써 10년 째네. 시간 참 빠르다.

하민이의 탄생으로 제목 변경!
참 많이 컸구낭
뒷표지에는 가족사진을 넣는다
사진 편집해서 넣고 간단한 내용 쓴다

하루 분량을 한 쪽에 맞추는 편인데 5줄 정도 쓰다보니 일기라기 보다 사진첩에 더 가깝다.
별 일 없없던 날에도 기록을 남기려니 사진을 자주 찍게 됐다. 덕분에 아이들이 자라는 순간들이 사진으로, 영상으로도 계속 남았다. 감사!
어느 정도 쓰다 그만 쓰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계속 써달라고 한다. 허허.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써나갈 생각이다.

맘스다이어리는 한 페이지씩 남기니까 웬만하면 좋은 말을 남기려 애썼다. 스리슬쩍 흘러나오는 표현까지
참지는 못했지만😅 아이들도 보게 될테니 내 솔직한 육아 감정들을 쓸 수는 없었다.

하민이가 좀 자란 2018년, 다시 혼자 앉아 글 쓸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글쓰기.

손 닿지 않는 책장 꼭대기에 보관한 내 보물
2018-2023년 다이어리
다이어리 색깔이 내 마음 변화 같다
살아서 날뛰는 내 마음 기록장

별 거 안 한 날에도 사소한 거리를 찾아 활자로 남겼다. 아이들과 보내는 아무것도 안 한 것 같던 날도 기록으로 남겨두면 의미있는 하루가 됐다.
다이어리 쓰기는 내가 살아있음을 나 스스로에게 보여주는 행위이고, 미래의 나를 위한 선물 같다. 까맣게 잊어버린 순간들이 한 번씩 꺼내보면 새롭게 다가왔다.
한 권씩 쌓이는 다이어리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도 생겼다.

그냥 마냥 흘러가버리는 내 시간을 남기고 싶어 다시 시작된 글쓰기는 또 다른 글쓰기를 낳았다.
다이어리에 지나간 하루 일과를 쓰는 걸 넘어서서 내 마음을 쏟아내는 노트가 오랜만에 생겨났다.
날 것 그대로의 기록들이라 마주 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그 순간의 내 조각들이 오롯이 남아 감사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는 이어왔지만 타인에게 공개하는 글쓰기는 내게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 필요했다.
이제는 조금의 용기가 필요한데 거기에 티스토리 블로그가 아주 좋은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이렇게 발을 뗀 나의 글쓰기가 또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