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things ♩

한 걸음 한 걸음🚶‍♀️

강봄봄 2024. 11. 8. 15:37

산책이 좋다.

어제 산책길에 만난 가을

걷는 걸 좋아한다.
난 생각이 많은데 걷다 보면 시끄럽게 울리던 머릿속 일들이 찬찬히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내딛는 힘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가다 보면 살아있음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좋아하는 곡으로 가득 채운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걸으면 익숙한 거리가 순식간에 다른 차원으로 바뀐다.

평소에 가지 않던 특별한 장소를 걷는 것도 좋지만 익숙한 곳을 걷는 것을 더 선호한다. 별다른 목적지 없이 걷는 것도 좋다. 산책길에 만나는 예상 못한 풍경들이 좋다.
가만히 앉아서 나누는 대화 보다 걸으면서 주고 받는 대화가 더 좋다.


대학로와 가까운 곳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지방민인 나는 서울로 유학 와서 기숙사에 살다가 동아리 친구들과 같이 살았다. 두 군데 다 통금시간이 있었는데 일찍 들어가기 싫은 날엔 대학로까지 걸어서 다녀왔다.

혼자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위험했겠다 싶은 깜깜한 밤길을 걷는 걸 좋아했다. 가로등이 켜지면 아름다웠던 인적 드문 골목길이 아직도 종종 기억난다.

마로니에 공원의 겨울

대학 시절 많은 주말을 함께한 과 선배 언니와 정말 엄청 걸었다. 삼선교 입구에서 종로까지 떡볶이 한 그릇 먹고 걷고 또 걸었다. 3시간을 걸어도 뭐가 그렇게 웃기고 재밌었는지. 깔깔 대며 걷던 20대의 날들이 그립다.
언니랑은 아직도 만나면 주구장창 걷는다. 오랜만에 만나 대학로부터 성북동까지 걷고, 성수동을 걸었다. 언니 덕분에 걷기의 즐거움이 더 확장됐다.

너무 힘겨웠던 날 마주한 하늘
수백번 오고 간 신길역 앞 샛강다리

결혼하고 7년간 여의도 가까운 동네에서 시부모님, 시할머님과 같은 빌라 다른 층에서 살았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내 인생의 7년을 여의도 덕분에 버텼다. 힘겨웠던 걱정과 아픔들을 걸으면서 털어냈었다.

걷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산책은 결혼하고 부터였다. 샛강다리만 건너면 여의도공원인데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다리 초입에서 돌아오곤 했다😅

운동쟁이 남편과 같이 살면서 걷기 근육 탄탄해졌다. 둘이 저녁 먹고 사부작 사부작 걸어 여의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면 한동안 살아낼 힘이 생겼다. 1년 동안 여의도에 있는 회사 다녔었는데 퇴근길마다 다른 골목으로 돌아오는 재미도 쏠쏠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우리의 산책은 이어졌다. 유모차에 태워 여의도공원, IFC몰까지 가다가 여의한강공원까지 산책 영역을 넓혀갔다. 유모차는 킥보드로 바뀌었고 아이들에게도 산책을 취미로 소개해줬다. 아이들과 걸으며 주고 받는 대화들이 즐겁다.

여름
가을
겨울

전에 살던 동네에서 아이들은 셔틀버스 이용이 어려운 태권도 학원에 다녔다. 그래서 도보로 왕복 40분 거리를 월요일부터 오고 갔는데 우리의 등하원길 한 가운데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다. 살아있는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만들어내는 풍경은 경이로웠다. 하나님 솜씨는 놀랍고 아름답다! 공원 덕분에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집 근처 공원

새로 이사온 동네는 집 근처에 공원이 있다. 덕분에 전처럼 오래 길게 걷지 못하지만 5분 산책도 기쁨이 된다.

분명 같은 나무인데 잎 색깔이 이렇게 다채롭다
이름 모를 꽃들의 싱그러움

산책길에 우연히 마주친 나무들은 계속 반복되는 똑같아 보이는 일상이 그저 그런 날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매일이 새로운 날. 똑같은 날은 없음을 알려준다.

빡빡한 일상에 치어 지내던 요즘,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나가서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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