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좋다.할머니와 함께 자랐다. 내가 3살 무렵, 첫째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는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으로 근무하셨다. 바쁜 아빠와 엄마 대신 할머니는 내 주양육자가 되어주셨다.아빠는 8남매의 막내신데 내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는 70살이셨다. 일흔의 할머니는 새벽 4시에 일어나셔서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시면서 신생아인 나까지 돌보셨다.기억 속 할머니는 항상 바쁘셨다. 계속 쓸고 닦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셨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내게 사랑을 쏟아부어주셨다.할머니는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틀어두시는 티비 러버셨는데 덕분에 나도 CF를 달달 외우고 드라마 편성표를 할머니께 알려드리는 어엿한 티비 러버로 성장했다.📺할머니와 나 사이엔 특별한 끈끈함이 있었다. 월남전 참전 후 트라우마로 알콜 때문에 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