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뒹굴뒹굴링🏡

그냥 이렇게☺️

강봄봄 2025. 4. 17. 15:09

남편에겐 오래된 친구가 있다.
중학교 동창인데 같이 교회 다니면서 더 친해졌다가 친구 분이 캐나다로 이민 가고나서도 계속 연락이 이어진 소중한 친구. 연애 시절에 우리나라 들어오셨을 때 친구 분의 아내와도 같이 만나고, 첫째 아이 낳고 귀국하셨을 때도 만나며 남편 친구 가족은 우리 가족과 친구가 되었다.

어떤 사람과의 만남은 빈도나 시간과 관계 없이 마음을 깊이 주고 받게 된다.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만나지 못했지만, 함께 나눈 대화 속에 비슷한 결을 가진 이들임을 느꼈다. 그들을 ’캐나다 가족’이라고 부르며 매년 크리스마스 예배 드리고 나면 영상통화 하면서 안부 전하곤 했다. (작년엔 정신 없이 흘러보내서 놓쳤다ㅠㅠ 올핸 꼭 기억해야지!)

캐나다 가족의 아이가 하나에서 셋(둘째와 셋째는 이란성 쌍둥이!), 그리고 넷으로 늘어나고 우리 가족이 넷이 되고 나서 한국에 오신 적이 있었다. 주훈이는 3살, 하민이는 1살이었고 당시 우리가 살던 집은 방 2개에 거실 겸 주방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공간이 전부였지만, 큰 방에서 캐나다 가족이 머물며 며칠을 함께 보냈었다. 복작거리며 같이 먹고 놀던 그 시절이 꿈처럼 남아있다.

둘을 키워내느라 쩔쩔 매던 내게 언니는 아낌없는 격려를 쏟아부어 주셨었다.
”기운내. 잘하고 있어.“  무려 넷을 키우는 언니의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은 지칠대로 지친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8년 만에 캐나다 가족이 우리나라에 오셨다. 그 사이에 첫째는 16살이나 될 정도로 자라있었다! 우리 가족이 이사한지 얼마 안된 터라 집으로 초대는 못했지만 밖에서 만나 반나절을 보냈다. 오래 얘기 나누지 못했지만 언니는 이번에도 내게 울림을 주고 가셨다.
”홈스쿨링 아직 하는 거야? 그럼 어떻게 시간 보내?“
왔다. 홈스쿨링 한다면 당연스레 따라 오는 그 질문. 홈스쿨링 어떻게 하는 거야?
우리집 아이들은 논다. 정말 열심히 논다. 학원에 다니긴 하지만 태권도, 피아노, 미술 같은 예체능만 배운다. 책을 읽기는 하지만 학습적인 부분을 너무 알려주지 못해서 온갖 죄책감을 끌어안고 지내는 내게 ‘홈스쿨링 어떻게 하나?‘는 순수한 질문은 받을 때마다 매번 심판대에 서는 것처럼 부끄러워지고 초조해진다.

사실대로 ”아직 마냥 놀아요”라고 하면 곧이어 수많은 걱정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늘 대답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내가 먼저 ’홈스쿨링’의 ㅎ자도 꺼내지 않는다.

대충 둘러댈까 고민하다 솔직히 말했다. 그런데 언니의 답변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좋다. 우리 애들도 맨날 놀아.”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예체능 위주로 운영된다고 했다. 그래서 더 체계적인 학습을 원하는 아이들은  다른 학교로 옮긴단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을 터놓고 나눴다.
부모가 할 영역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곁에서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면 된다. 학습은 해야할 때가 되면 천천히 해도 괜찮다. 소위 ‘좋은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각자 살아갈 방면은 다르게 있을 거다.

맞아. 우리 부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쉽게 조급해지고, 불안해지고, 두려워진다. 나 빼고 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만 같아 조바심이 들다가 불쑥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고개를 들면 내 생각은 주체할 수 없이 부정적인 쪽으로 치닫곤 한다.

정말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정말??
그런 고민에 또 다시 빠져들던 때, 선물처럼 찾아와준 캐나다 가족.
괜찮아. 우리도 그렇게 사는데 괜찮더라? 해주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살래. 우리를 만드신 모양대로. 우리의 빛깔대로.
언제까지일지, 어디까지일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지만 그냥 이렇게 살아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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