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좋다.

책을 사랑하시는 아빠 덕분에 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심심하면 책장에 가득 꽂힌 책등을 읽으며 놀았다.
새 책에서 나는 잉크 냄새 비슷한 쨍한 냄새가 좋다.
오래된 책의 묵은 종이 냄새가 좋다.
바스락 거리는 종이의 촉감이 좋다.
까만 활자가 주는 편안함이 좋다.
어디에 있든 책 속 세계로 데려가 주는 신비로움이 좋다.
매주 월요일이 아빠의 휴일이었는데 그때마다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우리 가족은 다섯이 다같이 시내 서점에 갔다. 아빠가 2,3,4층을 오르내리시며 책을 고르시는 동안 나랑 동생들은 1층 어린이 코너를 샅샅이 살피고 엄마는 우리 주변에서 맴돌아 주셨다.
아빠가 살 책 두 세권 고르시는 동안 우리는 책 한 권씩 골라 아빠엄마께 가져가면 간단한 내용 검사ㅎㅎ를 마치고 구매해주셨다. 말이 검사지 웬만하면 다 통과였다.
보고 싶은 책을 우리 취향대로 고르고 돌아오는 길, 롯데리아에 들러 리브샌드 먹는 게 우리 가족의 루틴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뼈속까지 덕후인 강봄봄의 첫 필모깨기가 시작됐다.
*필모깨기란? 필모그래피(filmography: 작품목록)와 깨다의 합성어. 누군가 지금까지 활동해왔던 연혁을 하나씩 리스트업한다는 뜻 (네이버 오픈국어사전 참고)
출판사 지경사에서 나온 창작소설 읽다가 자꾸 눈에 띄던 다작 작가 심경석 선생님의 작품을 한 권씩 모았다. 그 중에 ‘태양을 사랑하는 소녀’는 제일 좋아하던 작품이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꿋꿋이 살아가는 소녀가 주인공이었던 기억이 난다:)
책등을 잘 보면 너덜너덜해진 견출지 자국이 보인다.
초딩시절 한 권씩 모은 책들이 책장 세 줄 정도 있었는데 주제별로 분류해서 견출지에 번호 매기고 목록 작성해서 반 아이들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아무도 안 시켰는데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학교 가서 목록 보여주고 “빌리고 싶은 책 말해!” 하고 집에서 챙겨 다음날 빌려주고 그랬다. 허허. 열 세살의 내가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게 될 운명 뭐 그런 거였나?ㅎㅎㅎ
중학생 때는 해리포터 읽고, 고등학생 때는 팬픽 읽느라^^^^ 독서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책을 자주 읽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지은지 얼마 안 된, 양서들로 가득찬 학교 도서관이 코 앞에 있었는데도 대학생 때는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지냈다. 가끔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더 열심히 읽는 계기가 되는 건지도.
주훈이 낳고 한 달에 한 권 읽기 모임에 참여하며 느슨하게 시동 건 독서는, 하민이 낳고 나혼자 읽는 걸로 천천히 이어지다가 아이들이 조금 자라며 박차를 가하게 됐다.


아이들이 자라나며 내 시간이 조금씩 생겨나고, 글을 쓰려다보니 내 안에 끌어낼 인풋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부터 “나, 다시 읽어야겠어!” 선언하고 다시 읽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처음에는 읽고 싶은 책 사서 줄 그으면서 찬찬히 읽었는데 읽는 권수가 늘고, 읽는 속도가 붙으면서 도서관을 적극 활용한다. 꽤 오랫동안 안 읽는 생활 하다 보니 읽을 거리들이 산더미다. 따로 추천도서 목록을 볼 필요도 없다.
교회도서관, 작은도서관, 공공도서관 3군데서 책을 빌리고 대출 기한에 맞춰 읽어내면 성취감이 선물처럼 찾아온다. 대출한 책은 마감 시간 맞추듯 열심히 읽어내는데 소장한 책은 조금씩 남기게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참 다행이야ㅎㅎ



읽다보면 도무지 이해 안되는 책도 있고, 분명히 한 문장씩 꼭꼭 씹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떠오르지 않는 책도 있다. 그래도 읽는다. 계속 읽는다. 책을 빌리고 사고 주변에 두고 읽는다. 내 무의식에게 부탁한다. 머릿속 어딘가에 콕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줘라.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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